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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과학, 문화와 소통하다
2010년 01월 04일

○ 문화, 우주를 만나다
○ 만화작가 워크숍
○ SF작가 워크숍
○ 스페이스 뮤직 콘서트
○ 한여름밤의 별 음악회
○ SF과학영화제
○ 천문학, 영화에 빠지다.
○ 천문학, 책으로 말하다.
○ 외계 지성체를 찾아라! SETI
○ DIY, Universe|우주 직접 만들기
○ Stars of Asia|아시아의 별
○ 국제만화가대회

2009년 한 해 동안 열린 문화 행사들이다. 
지난 해에는 정말 많은 과학 문화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졌는데,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도도 있었고 처음 기획했던 것보다 기대 이상으로 풍성한 결실을 맺은 것도 있다.

이 문화 행사의 중심에서 기획하고 진행한 분들을 어렵게 모실 수 있었다.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 연구소, 과학기술사회학에서 과학기술사회학을 연구 중인 김동광 교수와 과학소설 전문 출판 오멜라스 대표이사의 박상준 대표가 그들이다. 특히 박상준 대표는 문화분과에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직접 진행을 맡았다. 이 자리에는 IYA2009 한국조직위원회 문화분과 위원장인 이명현 박사가 함께했다.


<사진 1. 오멜라스 대표 박상준, IYA2009 문화분과 위원장 이명현, 고려대 김동광 교수>


Q. ‘SF작가 워크숍’과 ‘만화작가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했는데, 참여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박상준  지난 2월 우리나라 젊은 SF작가 일곱 명과 현재 한국에서 집필 중인 캐나다 SF작가를 초청해 천문학자들과 한국천문연구원 소백산천문대에서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천문학자들로부터 천문학 지식과 최신 정보에 대한 강연을 듣고, SF 작가들이 이야기를 구상하며 브레인스토밍 형식으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무엇보다 이런 성격의 행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다는 것에 저는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워크숍의 결실로 ‘SF 작품집’이 나온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최초일 것입니다. 워크숍 이후 참여했던 거의 모든 작가들이 각자 천문우주와 관련된 테마의 단편소설을 집필해서 이달 말에 책으로 출간(「백만 광년의 고독」오멜라스)할 예정입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전례가 없었던 작가와 과학자와의 소통은 단발성,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매년 지속적으로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참여한 작가들과 천문학자들의 반응도 좋았고, 그들 스스로도 가치 있고 보람이 있었다고 해요. ‘SF작가 워크숍’에서 큰 호응과 성과를 얻어 5월에는 한국천문연구원 보현산천문대에서 ‘만화작가 워크숍’도 열었습니다.
 
처음에 ‘SF작가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찾아보니 미국에는 이미 ‘런치패드(launch pad)’라는 비슷한 프로그램이 예전부터 있었어요. 미국에서는 나사(NASA)로 작가들을 초청해서 견학하고 특별 강연을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매년 진행해서 정기적인 행사로 열었으면 좋겠어요.

이명현 ‘SF작가 워크숍’ 이후에도 저는 작가들을 간헐적으로 뵈었어요. 그 중 고든 셀러 씨는 지난 10월, 대전국제우주대회(IAC)에 오신 SETI 관계자들과의 미니 워크숍에도 참여하셨죠. 그 분이 말씀하시길, 미국은 워크숍 기간을 조금 더 길게 잡고 3~4일 동안 집중 강의를 통해 천문학 지식을 일반천문학 수준으로 올리는 과정이라고 해요.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2박 3일의 짧은 시간동안 강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브레인스토밍으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분위기였죠.
 
워크숍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강의를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동안 장벽에 쌓여있던 천문대라는 막연한 공간에 가서 천문학자들의 일상생활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는 거예요. 문손잡이는 어느 방향으로 돌릴까? 문은 당길까 아니면 밀어서 열까? 관측실에서는 어떤 음악이 흘러나올까? 이런 소소한 일상에 대한 호기심을 풀 수 있었죠. 또 천문학자들이 밤새 관측하다가 출출하면 무엇을 먹을까도 궁금했는데, 마침 라면을 끓여줘서 감동했다는 사람도 있었고요. 현장과 밀착해서 함께 부딪히면서 그들의 삶을 관찰한 거죠. 천문학자들의 걸음걸이는 어떻게 걸을까, 천문대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떤 관계가 형성되는지, 돔이 열렸을 때와 닫혔을 때 관측하는 장면 등 일상적인 과학자들의 모습을 담아 가는 게 좋았다고 얘기를 했어요.
 
만화작가 윤태호 씨는 워크숍에 이후에 「세티(SETI)」라는 웹 툰 드라마를 연재했어요. 워크숍을 통해 아이디어가 떠올라 반영된 경우죠. 그 분도 밤새도록 관측하며 함께 나누었던 술잔과 이야기도 좋았는데, 처음에는 낯설었던 천문대가, 소소한 일상을 통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으로 변했다고 해요. 작가 입장에서는 인물과 장소를 묘사를 하는데 훨씬 치밀해질 수 있었죠.
 
미국에서 열리는 작가 워크숍이 지식 집약적이라면 한국의 그것은 일상 밀착형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에 강연한 천문학자들은 보다 집중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려고 욕심을 냈지만, 작가들은 묘사를 위해 일상적인 것들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우리도 천문학에 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지금처럼 이러한 기회에 대해서 목말라 하는 상황에 이번 워크숍은 그 첫 계단이 된 거죠.

 


<사진 2. 소백산 천문대 SF작가 워크숍>


<사진 3. 보현산 천문대 만화작가 워크숍>

 

Q. 외국에서는 과학과 문화의 교류가 활발한데요. 우리나라에서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동광 과학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생기는 거죠. 사실 이런 시도가 한국에서는 획기적인 일이죠. 천문대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공간입니다. 천문대도 천문학자 즉 과학자들 연구하는 실험실의 연장이죠. 근대과학에서 실험실은 특수하고 전문적인 공간이잖아요. 과학지식이 만들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블랙박스와도 같은 곳으로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질까 궁금할 겁니다. 사실 저도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과학기술학에서는 소위 참여-관찰 식으로 과학자들을 따라다니면서 그 사람들을 묘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연구 방법 중의 하나에요.

박상준 오히려 인류학적 접근인거죠.

이명현 네, 과학인류학, 과학자들의 사회를 보는 거죠.

김동광 과학자들이 과학기술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다 분리되는 게 아니라 입고, 먹고 하는 일상생활이 다 포함되는 깁니다. 과학자가 쓰는 컴퓨터의 바탕화면에는 어떤 연예인 사진이 있나? 그들도 연예소식을 검색하나? 이런 것들도 생활 모습의 한 부분이잖아요? 하지만 아직 물리실험실이나 나노실험실 이런 곳은 개방하지 않지 않습니까. 아마 엄격하게 통제할 겁니다. 물론 외부인의 간섭을 받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제가 볼 때는 상당부분은 터부시 된 거죠. 자신들과 외부와는 다르기 때문에 격리시키는 거죠. 예전에 박사논문을 쓸 때 대덕연구단지의 한 생물학 실험실에 간 일이 있어요. 그곳 단장님의 허락을 얻어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 때 제일 재미있었던 게 실험실의 책상이며 싱크대가 참 지저분하더라고요. 저는 주로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잘 열리지 않은 곳이라 그런 모습도 쉽게 보긴 어렵죠. 사실 과학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과 문화 간의 벽은 상당히 높은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Q. 과학자와 작가들의 만남,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이명현 2009년은 유네스코(UNESCO)에서 지정한 세계 천문의 해입니다. 이전에 물리의 해, 지구의 해도 있었는데 되돌아보면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 문화적인 부분이지 않았나 싶어요. 다양한 행사와 학술 연수는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일반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분야는 예술과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들과의 교류나 소통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죠. 그래서 제가 IYA2009 한국조직위원회의 문화분과를 맡으면서 가능하면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행사를 많이 하려 했어요. 예술가와 작가가 먼저 공감하고, 자신들이 느낀 대로 작품을 통해 퍼트리는 거죠. 그렇게 씨앗을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주변에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합니다.
 


Q. 과학과 문화의 교류, 소통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명현 처음에 굉장히 소박하게 시작했는데도 비판이 많았어요. 언론에 보도도 잘 안 될 테고, 문화 사업으로 돈 낭비를 하느니 크게 이벤트를 해서 관심을 끄는 게 낫지 않느냐. 이런 비판과 압력이 많았는데, 저는 생각을 달리했죠. 큰 이벤트를 해서 주목을 끄는 작업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오랜 시간 동안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느끼고 감동받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별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한계가 있잖아요. 그렇다면 문화면에서 가장 선봉에 서 있는 분들이 누굴까? 바로 예술가들이라고 생각했죠. 예술가들은 자신이 흡수하고 수용한 것을 표출하고 발산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들에게 감동을 주자. 그래서 자연스레 작품이 나오고 그걸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퍼져나가게 하자는 거죠. 그래서 씨앗을 뿌린다고 생각해요.
 
'별 시집'이나 'SF 모음집'도 처음부터 책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별은 시를 찾아온다」는 신문과 웹 진에 별시를 연재한 뒤에 ‘별시 축제’로 이어졌고 사람들이 의견이 모아 책으로 출간할 수 있었죠. 제가 처음에 생각한 것은 일단 씨앗을 뿌리는 정도였는데 여러 분들이 의기투합을 해서 책도 냈고 여러 가지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2009년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과학과 문화를 소통시키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습니다. 앞에서 과학인류학이라고도 했던 과학기술사회와 문화도 이와 같이 연계해 나갈 수 있을까요?

김동광 과학과 문화를 융합하려는 시도, 한 번 첫 삽을 떴다는 게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성과가 어느 정도 확인된다면 과학전반에 좀 더 확장을 시킬 수 있겠죠. 만약 저희 과학기술학회에 문화와 융합하고자 하는 제의가 들어온다면 당장 수락할 거예요. 과학기술학과 천문학의 만남-밤하늘을 보며 토론하고, 천체망원경으로 별과 행성을 관측하고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몇 년 전에 사설천문대에 가서 처음으로 토성의 고리를 망원경으로 본 기억이 나는데, 화려하고 선명한 우주의 모습을 담은 책도 많지만 자신이 직접 보고 느끼는 것과는 다르죠. 우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잖아요. 우주를 통해 느끼는 경이감과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흥미를 일으키고 마음을 끌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잠재되어 있는 수요층을 일깨우기 위해 많은 만남의 기회들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내야겠죠. 의례적인 행사를 통해 관심을 끌기보다 근본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자(과학 사회)와 일반인들 사이의 벽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이런 게 하나의 모델이 되어 다른 과학 분야에서도 벤치마킹 할 수 있거든요. 과학과 대중 사이에 폭넓은 하나의 소통의 장이 열린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죠.
 
사실 저는 2009년에 시도된 과학과 문화간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었다고 봐요. 특히 천문학은 거대설비를 갖추어야 연구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사실 일반인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데, 천문의 해 동안 이루어진 여러 가지 시도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Q. 올 한해 다양한 과학문화 행사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박상준 일반인들은 천문학자를 떠올릴 때에 옛날 영화에서 보듯이 조그만 접안렌즈에 눈을 갖다 대고 관측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해요. 아직도 천문학자들이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잖아요. 근데 소백산이나 보현산 천문대, 여기 연세대 전파천문대도 그렇지만 천문학자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모니터로 관측하잖아요. 관측하는 모습도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천문학자들의 모습하고는 완전히 다르죠. 재미있는 것은 천문대마다 지정 로고송이 있어서 돔을 열 때마다 나오는 특정한 음악이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서 「스타워즈」의 장중한 음악이나,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음악이 나온다고 해요.
 
'SF 작가 워크숍' 때 ,천문학자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교과서에서도 접하기 힘든 천문학 정보와 최신 이론, 여러 천문 현상들을 설명하는데 작가들은 그 설명하는 내용을 듣고 있는 게 아니라 열심히 강연하는 천문학자들을 관찰하고 있는 거예요. 서로 간에 미묘한 시선의 엇갈림 같은 것들이 저는 기획자이면 코디네이터로서 제3자 입장에서 굉장히 재미있었고, 이런 것들이 역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와 탐구하는 학자와의 차이점이구나 하고 재미있게 느꼈어요.

이명현  과학적 사실이나 법칙에 무게를 두고 쓴 과학소설을 '하드 SF'라고 하죠. 우리 과학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과학적인 지식을 깊이 파고드는 작품을 왜 한국 SF 작가들은 안 쓰느냐고 물었더니 SF 작가들은, ‘우리는 작가다. 우리는 이야기를 쓸 테니 그것은 전문 과학자들이 써라’는 의견들도 나왔죠. 이렇듯 관점의 차이는 있습니다.

박상준 워크숍 때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그 전에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잖아요?

이명현 '펄사(pulsar:일정 주기로 펄스형태의 전파를 방사하는 천체)'를 이용해서 외계생명체를 찾는 이야기도 있었고, 조선시대에 관측했던 기록을 발견했는데 그 기록에 얽힌 살인사건을 21세기의 천문학자가 거꾸로 추적해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이렇게 화두를 던지면 모든 사람들이 함께 줄거리를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들도 있었죠.

박상준 그 때 참여했었던 어느 한 작가는 개인적으로 천문대에 돈을 내고서라고 꼭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가 본인에게 너무 좋았다고 얘기했어요.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 천문학 지식은 책이나 잡지를 통해서도 알 수 있거든요. 굳이 천문학자를 만나지 않아도 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이 눈으로 덮이고 설화가 핀 소백산에 추운 바람을 뚫고 간 이유는, 실제 천문학자들이 현장에서 연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려는 거였지 지식을 들으러 간 것은 아니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미국의 '런치패드' 프로그램과 우리나라의 워크숍을 비교 했을 때 당연히 미국의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이 우리보다 더 잘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오히려 우리의 워크숍이 천문학자라는 특수한 인류학적 집단을 작가들에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 그런 성격의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도 재미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명현 지난 5월에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열린 외계생명체 학회에 다녀왔는데, 뉴사이언티스트 기자와 몇몇 작가들도 있더라고요. 5일 동안 학회를 하고 마지막 날 오후, 작가워크숍을 하는데, 발표자들 중에 미리 선정된 사람이 자신의 발표 내용을 요약해서 작가들에게 소개하고, 그 내용을 가지고 함께 토론을 하는 거예요. 매년 학회 때마다 그렇게 한다고 하구요. 작가들에게 기회가 넓게 열려 있다는 게 굉장히 부럽더라고요.

박상준 우리나라도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동광 그렇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SF 작가 층이 워낙 얇아요. 하지만 꼭 SF에 국한할 필요도 없어요. 모든 과학 분야 작가들과 일반 작가들, 문화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해주면 더할 나위 없겠죠. 존스홉킨스대학처럼 완전히 정착되려면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사진 4. 2009 SF 과학영화제 포스터>
 

Q. SF과학영화제는 어떤 행사였나요?

박상준 인류멸망을 소대로 한 「2012」영화가 흥행했지만, SF 영화라 하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서 화려한 특수효과 영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어요. 저는 SF와 SFX을 혼동하지 말 것을 자주 지적하죠. SFX는 특수 시각 효과(special effects)로 영화기술용어고, SF는 science fiction으로 이 둘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SF 영화에서 SFX 기법을 많이 쓰다 보니 이 두 가지를 동일시하는데, 사실은는 엄밀하게 구별해야 합니다.
 
그래서 SF 영화에서 특수효과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SF 영화제를 해보자고 김동광 선생님과 의견을 모았죠. 예전부터 저는 SF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자료를 수집해 오면서 이런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십여 년 전에 작은 SF 영화제를 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고 싶었죠. 마침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상영관을 제공해 주기로 해주셔서 한국과학기술학회와 공동주최로 영화제를 개최했어요.
 
개막작으로는 당시 개봉 전이었던 「더 문(the moon)」을 상영했고, 특수효과보다는 이야기에 집중된, 인간과 미래사회를 보는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는 SF 영화와 과학 다큐멘터리를 상영했습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스푸트니크 마니아」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영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린 이후 미국 사회에서 보인 다양한 반응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어요. 그 외에도 IYA2009 한국조직위원회의 협찬으로 우주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그러한 테마에 부합하는 영화들도 몇 편 상영했어요. 지구와 같은 자연환경을 가진 행성에 오네아미스라는 왕국과 다른 국가 간에 벌어지는 우주 전쟁을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 「왕립우주군」이 그런 작품이었죠.
 
몇몇 SF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역시 SF 영화는 특수 효과라고 생각하는 왜곡된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특수효과를 보여주고 싶으면 특수효과 데모필름을 만들지 굳이 극영화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극영화의 가장 기본은 이야기와 메시지이고, 특수효과는 이야기를 잘 표현하기 위한 부차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죠.
 
첨단 과학기술 이론을 반영하고 과학기술을 엄밀하게 다루는 ‘하드 SF’ 조차도 과학기술적인 묘사는 부차적인 것이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SF라는 독특한 방법론으로 표현한 것이죠. 이러한 내용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우리나라 SF 작가나 SF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과제이기고 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SF작가들이 천문대 워크숍에서 천문학자들이 얘기하는 천문학 이론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강연하는 천문학자들에게 관심을 가졌는가? 결국 작가들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겁니다. 2009년에  선보인 SF 과학영화제를 내년에도 열어서 지속적으로 개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SF소설과 영화에서 우리 것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명현 소통의 문제와 관련이 있어요. 연구실, 실험실에 장벽이 높으니까 생소하게 느껴지죠. 상대적으로 나사(NASA)와 같은 곳에서는 많은 양의 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에 이러한 콘텐츠가 더 친밀하게 느껴질 수 있겠죠. 이름을 써도 ‘테일러 박사’는 자연스러운데 ‘김 박사’ 하면 어색해요. 문화의 장벽을 허물고 괴리가 좁혀진다면 이러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동광 이번 SF 과학영화제에는 우주와 가까운 미래에 대한 사회적 관점, 미래와 우주 사회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아보려고 시도했습니다. 우주는 인간의 욕망과 갈망,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나사(NASA)의 정보가 공개되고 이전에는 비밀에 부쳐졌던 일들이 공개되면서 제작된 영화가 「스푸트니크 마니아」입니다. 미국과 소련의 치열한 냉전 상황에서 우주를 선점하기 위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우주 프로젝트를 계획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스푸트니크 마니아」는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요. 우주개발 선진국인 미국의 상황과 그 사회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스푸트니크’ 위성으로 소련은 미국보다 먼저 우주를 선점하게 되죠. 이것은 미국에 우주 경쟁에서의 패배와 미국인들에게 2등 국민이 되었다는 충격을 가져다주었죠. 이 때 ‘스푸트니크 쇼크’라는 말도 나왔어요. 영화에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냉장고도 못 만드는 줄 알았던 나라에서 어떻게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단 말이야?” 자존심이 크게 상한 거죠. 이는 미국 사회에 굉장한 충격과 과학교육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어요. 엘리트 중심의 교육에서 속성 교육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되었고, 모형로켓을 만드는 동호회가 많이 만들어졌어요. 이후 자신의 집 뒤뜰에서 모형로켓을 만들던 아이들이 자라서 나사(NASA)에 들어가죠. 당시 미국은 우주개발에서 실질적이고 중심적인 역할을 했고 이것들이 자연스레 문화 속에서 우주와 관련된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이전에 ‘왜 우리나라는 과학 전기나 SF 소설과 영화가 활성화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학을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가 있어요. 과학은 경제 발전을 위한 중요한 도구라는 인식이 깊이 박혀 있습니다. 과학은 실용적인 것이지 이를 문화로 인식하고 즐긴다는 것은 거리가 먼 것이죠.
 
우리나라는 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숨 돌릴 겨를 없이, 선진국을 추격하는데 과학기술이 청병(請兵) 역할을 했어요. 이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가 황우석 사태에요. 황우석 박사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에서 ‘연구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70% 나왔어요. 그리고 ‘윤리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을 했어요. 국가 발전을 위해 과학은 필요하지만 윤리나 문화는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이죠.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선진국으로 이끌기 위해서 과학이 필요하다는 도구적인 인식이 강해서 문화축제로 인식하는데 굉장히 인색합니다.
 
과학 전기를 출간하면 출판사가 망한다는 속설이 있어요. 간단한 위인전은 되는데 왜 과학 전기는 안 될까? 최근에 나온 「다윈평전」이 2009년 10대 과학 도서로 선정되었는데, 다윈의 진화론을 몇 자로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다윈의 진화론이 갖는 의미와 당시의 사회생활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과학은 총체적인 이론과 함께 이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배경과 인물의 일생에 대해 동시에 접근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면에서는 미숙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 SF 과학영화제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SF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려는 시도를 했어요. 신종플루가 한창 유세를 떨치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약 천 명 이상의 관객이 왔습니다. 과학기술학회에서 주최했기 때문에 영화뿐만 아니라 SF에 관련된 모든 소재의 광고, 만화 등을 주제로 학술대회와 토론도 열었죠.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주었고 SF가 중요하고 진지한 학문적인 대상으로 상향 인식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과학을 도구가 아닌 무엇으로 받아 들여야 할까요?

김동광 실제로 지금 우리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살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인공물들,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들 전부 과학기술의 산물을 통해서 바라보는 거예요.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과 컴퓨터 같은 물건이 우리의 소통양식에 영향을 줍니다. 이렇게 우리는 과학기술문화 속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은 특별하고 다르다는 상당히 이중적(양면적)인 생각을 갖고 있죠.
 
저는 항상 강의 초반에 학생들한테 “과학기술이 여러분들의 도구고, 자신들의 존재와 전혀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 이미 우리 깊숙이 들어와 있고 이에 대한 성찰이 없이는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일부 학생들은 과학과 자신과의 관계, 문학, 과학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일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은 이미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우리의 일부이며 또한 문화입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성찰하는 자세를 가질 때 과학과 문화의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고, 나아가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5. IYA2009 공식 책자 / 좌. 별은 시를 찾아온다 / 우. 백만광년의 고독>


Q. 2009년 문화행사에 대한 평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박상준 이 외에도 'SF 과학영화제', '천문대 초청 워크숍'처럼 현장의 과학자들과 작가, 나아가 일반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형태의 문화 행사를 기획해 진행해 보고 싶어요. 최근 과학관에서 부는 새 바람으로, 관객들이 수동적으로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능동적인 피드백을 유도하고 있어요.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과학문화 향유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2010년은 생물다양성의 해인데 그 테마를 가지고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볼 생각이에요.

김동광 예전에 보스턴대학에 있는 과학관에 갔는데 전시물들에 사람 이름들이 다 붙어 있어요. 알고 보니 협찬 받은 사람의 이름과 관리자의 이름이더라고요. 전시물 옆에서 과학자들이 관리하며 오퍼레이터 해주니까 굉장히 새롭더라고요. 또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과학관 앞에서 생명복제 문제를 주제로 연극을 했어요. 마침 일요일이라 부모와 자녀가 같이 보면서 토론을 하는데 그 광경이 참 부럽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런 모습을 보긴 어렵지만, 우리는 학습이 빠르잖아요. 윤리문제나 시민참여도 그렇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앞선 문화를 따라잡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문화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성이 급속하게 확산되면 금방 바뀔 수 있거든요. 모든 사람이 다 과학자가 될 필요도 없고 천문학자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과학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시작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거죠.
 
하늘의 별을 보며 아름답다 느끼고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욕구는 누구나 다 갖고 있어요. 문화 행사를 통해 그런 부분들을 일깨워 자연스럽게 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해요. 왜 과학이 필요한가? 우리 생활과 과학이 어떤 의미로 연결되어 있나? 이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2009년에 이룬 조그만 시도들을 토대로 과학을 이해하는 기회가 넓어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사진 6. KVN 연세전파천문대 전경>
 

이명현 세계 천문의 해였기 때문에 천문학과 과학문화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별 시 연재는 「별은 시를 찾아온다」 시집 출간과 별시 축제까지 이어졌죠. SF 과학영화제를 성사시켰고 이달에는 SF 단편소설「백만 광년의 고독 」도 나오고요. 별 에세이도 연재하며 별과 우주를 만나는 많은 이야기들을 소개할 수 있었어요. '싸이-아트(Sci-Art)' 전시회와 '스페이스 뮤직 콘서트' 등 별 음악회도 여러 번 공연했죠. 여러 분야와 소통을 했는데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지난 해 성사시키고 싶었던 것 중에 독일의 베르톨트 브레이트 작가가 쓴 「갈릴레이의 생애」를 무대 공연으로 올리고 싶었어요. 위대한 과학자이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 과학적 진리를 부정하기도 한 갈릴레이의 적나라하고 급진적인 모습을 다룬 희곡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공연하려고 여기저기 섭외하다가 성사시키지 못한 게 제일 아쉽죠. 
 
 


<사진 7.  인터뷰를 마치고>
 

과학에 갇힌 고정관념을 깨고 과학문화와 윤리에 관한 인식을 전파하는 김동광 박사. 일반인들의 인식 속에 과학을 침투시키기 위해 연예인 과학홍보대사를 임명하자는 박상준 대표. 다채로운 과학문화 행사로 바쁜 한 해를 보내고도 못다 이룬 일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이명현 박사.

지난 1년간 많은 사람들이 과학-문화간 융합과 소통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 필자는 한국 과학계에 새로운 문화부흥 운동이 일어났다고 평하고 싶다. 2009년! 세계 천문의 해이자 천문학을 통한 과학의 新 르네상스를 이룬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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