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영] 수 천 마디 찬사 그 이상을 말하는 한 장의 사진
2009년 11월 09일

한 소년이 있었다. 여름날이면 평상에 누워, 은빛으로 쏟아지는 은하수를 얇은 모시 이불삼아 잠들었던 그였다. 중학교 때 우연히 보게 된 천체사진은 분화구가 촘촘히 박힌 달이며, 안드로메다은하까지 지금까지 보아온 밤하늘과 다른 신기한 세상이었다. 궁금했다. 태평양이 평평하다면 거대한 망원경으로 태평양 건너에 켜 놓은 촛불도 볼 수 있다는 게 가능할까? 정말, 망원경으로 달을 보면 분화구가 보일까? 1970년대 중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의 호기심은 끝이 없었다. 결국, 아버지의 돋보기안경은 희생양이 되었다. 플라스틱 파이프로 경통을 만들고, 아버지 안경알은 렌즈가 되어 마침내 소년은 달의 분화구를 볼 수 있었다.

이때부터  아마추어천문가 신범영 선생님의 천체관측에 대한 꿈은 시작되었다. 도시로 올라오면서, 청소년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잠시 꿈과 멀어지는 듯 했지만, 그는 곧 도시에서도 수학에서도 천체를 향한 꿈을 찾아냈다.

“수학이 추상적인 공간 속에서 이론적으로 전개되는데 비하여, 천문학은 우리가 보고 느끼는 현실적인 공간 속에서 그 움직임을 설명하고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것 같은 학문이지만, 사실 둘은 보완관계입니다. 17세기 천문학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복잡한 계산을 비약적으로 쉽게 해결해 준 도구가 무엇인줄 아시나요? 바로 로그함수 입니다. 수학 없는 천문학은 상상할 수 없죠. 천문학 없는 수학이요?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은 그저 골머리 아픈, 쓸 일 없는 괴롭힘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수학의 효용성의 예로, 천문학을 소개하면, 수업 효과가 큽니다. 공간 도형과, 별들의 좌표, 로그함수와 별의 밝기 등 관련 있는 소재가 다양하니까요. 거기다 보너스로 천체사진 몇 장 보여주면, 지루한 수학시간도 바로 흥미진진한 시간으로 바뀝니다.”

신 선생님의 수학시간이 갑자기 눈에 그려지는 듯 했다. 늦은 오후, 점심식사 후 나른해진 아이들. 식곤증에 눈꺼풀이 내려앉던 청소년들의 눈이 갑자기 초롱초롱해지고, 며칠, 몇 십일, 몇 백일 남았다는 입시지옥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순식간에 수십억 년 떨어진 처녀자리, 큰곰자리, 백조자리 등으로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도시의 불빛으로 인하여 요즘 청소년들은 하늘의 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랍니다. 하지만 도시의 불빛을 피하는 약간의 수고를 하면 아름다운 별들과 은하수를 볼 수 있습니다. 관측지에서 찍은 화려한 밤하늘 사진을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가끔 눈을 들어 밤하늘을 볼 기회를 가져보라고 하지요. 순수한 꿈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별 가득한 밤하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쉽게, 그리고 자주 주어졌으면 합니다.”

신범영 선생님은 어린시절 각인된 맑고 아름다운 은하수에 대한 추억을 안고 도시로 왔다. 그러나 20여 년간 바쁜 일상 속에서 은하수는 단지 가슴 속 추억으로만 남아있었다. 비록 이런 저런 이유로 천문학을 천직으로 삼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예전의 그 곱고 맑았던 은하수를 다시 보리라 생각하고 지냈다. 그리고 다시 기대하고 꿈꾸던 별 보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천체 사진의 매력은 아름답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잘 찍힌 천체 사진을 보고 가끔 의문을 품지 않나요? 토성에는 정말로 테가 있을까? 달에는 토끼가 사나? 목성에는 정말 노란 줄무늬가 있는 건가? 안드로메다은하는 그렇게 둥그런 나선 팔을 하고 있는 걸까, 오리온대성운은 진짜 불새모양 화려한 날개 짓을 하면서 날고 있는 게 맞나? 말머리 모양을 한 성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일까? 이런 것들이 남들이 찍은 사진으로만 믿어주기엔 너무 의심스럽지 않아요? 그래서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사진을 찍어서 호기심을 해결하다보니, 정말 즐겁더군요. 매력적이라고 표현하는 것 이상입니다.”
”One picture is worth a thousands word!“


<사진1. 여름철 은하수와 견우직녀 / 강원도 화악산>


신 선생님이 담는 천체사진은 그 대상이 무한하다. 태양계는 물론, 딥 스카이등, 촬영조건만 허락한다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모두 찍는다. 욕심이 많은 걸까? 그러다 보니, 아직 이미지 처리를 못한 것도 있지만, 대표적인 딥 스카이 모음이랄 수 있는 메시의 목록은 모두 찍었다. 요즘은, 달이 찍히는 정도의 날씨면 거의 빠짐없이 월령별로 달 사진을 찍고 있다. 달 착륙 40주년을 맞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자료가 되리라 믿으면서.

“사실 8,90년대는 일반 사진을 찍으면서 즉흥적으로 달 사진을 찍었던 것 이고요.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서 본격적으로 천체 사진을 찍은 것은 불과 5, 6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5년 전 국내 도입된 동일기종 1호 카메라인  STL-11K 냉각 CCD 카메라로 여러 사진을 찍었는데요. 최정상의 천체카메라답게  M13 구상성단과 가장 찍고 싶었던 M31 안드로메다은하, 말머리성운을 찍을 수 있어서, 가슴 뿌듯합니다. 1년만 지나도 구형이 되는 디지털 카메라 세계에서 5년을 버틴 건 대단한 거죠. 찍어온 것들이 대단해서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인데요. 앞으로도 계속 찍을 겁니다.”

아마추어천문가가 천체사진을 찍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고가의 장비라고 모두 좋은 천체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아마추어천문가라면 당연히 구입하고 싶은 관측, 촬영 장비부터 천체촬영가라면 감내해야 할 밤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떻게 그 훌륭한 사진을 찍게 되었을까?

“ 다행히 저는 올빼미 형이라 잠을 적게 자는 편입니다. 그리고 밤낮을 바꿔 사는 것에 잘 적응되어서 보통 사람들보다 별보기에 유리하죠. 하지만 한 번은 2, 3일 연속으로 잠을 못자고 관측하고 돌아오다 졸음운전을 해서 크게 놀란 적이 있었는데요. 그것이 큰 문제죠. 작고 어두운 대상을 장시간 노출해야 하는 천체사진의 특성상 어느 수준의 장비 없이 만족할 만한 천체사진을 얻기는 불가능합니다. 사진용으로 적합한 망원경, 정밀한 가대 그리고 저노이즈 고효율의 카메라가 필요한데 극소소의 유저들을 위하여 소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가격이 상당이 비쌉니다. 저 역시 장비를 구입하기 위하여 적잖은 비용을 지출하였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구입을 한 거죠. 제가 천체사진에 매료된 것은 중학교 때 우연히 보게 된 천문학 책 때문입니다. 천체사진이 가득했는데요. 분화구가 촘촘히 박힌 달 사진과 안드로메다 등 신기한 사진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국 팔로마산천문대의 지름이 5m나 되는 거대한 망원경은 태평양이 평평하다면 태평양 건너에 켜놓은 촛불을 볼 수 있다는 꿈같은 설명도 있었구요. 정말 망원경을 사서 달을 보면 분화구가 보일까? 호기심은 끝이 없었지만 당시의 형편상 망원경을 사서 달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다른 과학책을 보니 천체망원경에 대한 원리가 잘 설명되어져 있고 초점거리가 긴 볼록렌즈와 초점거리가 짧은 볼록렌즈만 있으면 망원경을 만들 수 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초점거리가 짧은 돋보기는 몇 개 구했는데 초점거리가 길어야 하는 대물렌즈는 쉽게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궁하면 통한다고 아버지의 돋보기안경을 보니 제법 초점거리가 길어서 대물렌즈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플라스틱파이프로 경통을 만들고 아버지의 안경알과 돋보기를 이용하여 달을 보니 놀랍게도 달의 분화구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즐거운 성취감을 느꼈었지만 아버지의 안경을 망가트린 벌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2. 천체관측 / 수피령>

아버지 안경을 망가트려 벌을 받던 중학생이 30여 년이 흘러 아마추어천문단체인 별만세의 회장이 되었다. 별만세는 1999년 9월, 초중고 교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로 매달 관측회를 통하여 회원들의 친목도모 및 천체지식을 교류하고 있다. 나아가  5월경엔 학생 및 시민을 대상으로 공개 관측회를 하고 있으며, 10월에는 동두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동두천 별 축제를 주도적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또한 Byulmase.com 이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여 회원들의 정보 교류 및 천문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별만세에서 하는 일은 그 뿐만이 아니다. 원격천문대까지 운영하여, 회원들의 천체 관측 및 사진 촬영을 돕고 있다.

“강원도 화천에 소재하고 있는 별만세 관측소는 아마추어천문단체 ‘별만세’의 고정관측지로 회원들의 천체관측 및 사진촬영지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별만세 관측소안에 자리 잡은 원격 천문대는 인터넷만 연결되는 곳이라면 장소에 관계없이 연결하여 관측소 지붕을 열고  망원경 및 카메라를 원격제어 하여 천체사진을 찍는 관측소입니다. 원격천문대를 만든 이유는 촬영의 어려움과 위험을 줄이고 촬영시간을 좀 더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고정관측지가 없었을 때는 200Kg 정도의 촬영 장비를 싣고 100Km 이상을 달려 두 시간 정도 장비를 설치하고 촬영이 끝나면 힘들게 설치한 장비를 다시 한 시간 이상 걸려 해체하여 차에 싣고 돌아오는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별만세 고정관측지를 확보하고 나서 장비를 설치하였다가 해체하는 번거로움은 없어졌지만  먼 길을 갔다가 새벽에 돌아오는 문제는 그대로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도입한 시스템이 원격천문대로 아주 만족할 만하게 운용되고 있습니다. 원격천문대는 먼 곳 까지 가지 않고 집에서 간편하게 천체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다행이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은 뛰어나서 커다란 고장 없이 1년 반을 유지하고 있는데 드물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현장을 가거나 현장에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현재 원격관측소는 저와 동료인 고창균 선생님이 이용하고 있는데 지난 1년 반 동안 두 망원경에서 생산된 천체사진이 우리나라에서 나온 천체사진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질과 양면에서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3. 이주의 천체사진 당선작>
<왼) M104 솜브레로은하 / 오른) M27 아령성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아마추어천문인으로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취미가 그렇듯 아마추어천문활동도 비용과 시간이 필요로 한다. 특히 천체 장비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같은 나사 한 개라도 가격이 몇 배 더 비싸지는 천문용품 특성상, 장비를 구입하는 비용이 큰 어려움이다. 또한 밤을 새워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한 체력과 적절한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어렵다고 신범영 선생님은 말한다.

“아마추어 천문인들이 천문학 발전의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천문학회에서 천체사진전과 같은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 준다면 이런 어려움은 참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09년 11월. 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다양한 행사들이 벌어졌다. 신범영 선생님은 아마추어천문인으로서 올해만큼 바쁘고, 기뻤던 적도 없었다. 100시간 천문행사에 연속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직접 찍은 천제사진이 서울역 등 천체사진 행사에 걸리기도 했다.

“벌써 11월, 2009 세계 천문의 해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추어천문인으로서, 세계 천문의 해를 많이 알리고 싶었고, 행사에도 참여를 했지만,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올해가 2009 세계 천문의 해인지 잘 모르고 계신 것 같아 아쉽더군요. 특히 지난달 400대 천체망원경 행사가 날씨 때문에 취소되었을 때 기회가 안 따라주는 것 같아 속상했습니다. 그 행사를 통해 400대 이상의 망원경이 모아져서, 기네스 북에 오르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천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었거든요. 별만세 경우도 30여대 망원경으로 행사에 참여해 천체사진전, 천체 영상물 상영등과 같은 행사를 기획했었구요.”

‘2009 세계 천문의 해‘도 서서히 저물어 간다. 신 선생님의 마음만큼, 소망처럼 2009 세계 천문의 해가 대중들에게 각인되지 못했더라도, 별만세 같은, 신범영 선생님과 같은 아마추어천문인들의 활동이 자양분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천체를 관측하는 꿈을 갖게 되리라. 그 꿈의 출발은 아마추어천문인이 찍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 장의 천체 사진, 아마추어천문인이 발견한 소행성과 혜성에서 시작될 것이다. 

“천체사진가라면 누구나 꿈꾸겠지만 APOD(Astro Picture Of Day)에 사진을 올려 보는 것, 그리고 소행성과 혜성을 꼭 발견 해보고 싶습니다.”


<사진4. 일출 / 광덕산>

신범영 선생님의 꿈이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의 꿈의 시작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